롤로의 일기

746일, 처음보는 절친을 만나다

롤로형아 2021. 1. 28. 23:04

천안에 롤로랑 놀러온 어느 날.

난방을 너무 쎄게 틀어놨던지 롤로가 답답해보였다.

아니면 소고기를 줬기에 힘이 넘쳤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이유에서던, 롤로는 <도솔광장> 혹은 <도솔공원>으로 가게 된다.

밤에 가서 주위가 깜깜했지만 꽤나 넓고 탁 트인 전경이 참 좋아보였다.

강아지 놀이터를 찾아 헤메다가

'농구 코트를 찾고, 거기서 아래로 내려가는 방향을 따라 내려가다가 오른쪽을 보면 나옵니다'라는 어느 블로그 글을 따라 쭉 걸었더니

정말 나왔다! 강아지 놀이터!

놀이터는 꽤 컸다. 날이 추워서인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는 좀 있었다.

여기서 조금 놀고 있으니 멀리서 흰둥이가 보였다.

전형적인 진돗개처럼 생긴 아이인데, 하얀 눈이 오던 날에 태어나 흰 눈을 닮은 아이였다.

롤로는 자기보다 덩치 크거나 싸우면 자기가 질 것 같은 상대가 자꾸 놀자고 들이대면 으르릉하는 못된 버릇이 생긴 후였다.

진돗개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 '아.... 싸우면 큰일나겠는데' 였다.

롤로도 그렇고 흰둥이도 그렇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물었던 적은 없지만

싸울뻔한 전적이 있는 아이들.

롤로가 6개월 쯤 되었을 때 사나운 리트리버가 '여긴 내 영역이야!'라며 롤로를 엄청나게 심하게 물 뻔 한 적이 있었다.

그 후부터인지 롤로는 덩치 큰 아이들을 보면 무서워하는게 생겼다.

특히 덩치 큰 애들이 오면 롤로는 일단 놀지 않는데, 덩치 큰 아이가 해맑게 '우리 한번 놀아보자구~ ✧(ง •̀_•́)ง​'

라며 롤로를 밀치며 놀자고 하면 롤로는 으르렁하면서 물 것 같이 변한다.

그래서 롤로가 큰 아이를 만나게 되면 내가 먼저 긴장하게 된다.

흰둥이도 사연이 있다.

6개월 쯤 되었을 때 까만 차우차우가 흰둥이를 물어서 냅다 던졌던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때 충격을 많이 받아서 한동안 집 밖에 나오는 것을 엄청 힘들어했다고.

다행히 검은개에 대한 트라우마는 없는 것 같지만

자기보다 작은 애들은 좀 막 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셨다.

이런 과거를 가진 롤로와 흰둥이가 만났다.

흰둥이가 롤로를 좋아하는게 한눈에 봐도 보여서 '너무 들이대면 어쩌지..' 걱정을 했지만

흰둥이는 롤로에게 막 들이미는게 아니라 냄새를 킁킁 맡으며 천천히 다가가주는 센스가 있었던 친구였다.

롤로가 입장하자 흰둥이도 주변 냄새 킁킁 맡으며 마치 이곳에는 처음 온다는듯이 주위탐색 ㄱㄱ

이 때 느낀게, '강아지들도 처음 만나서 뻘쭘하면 핸드폰하는 것 처럼 주변 냄새를 킁킁 맡는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흰둥이가 조심스럽게 롤로에게 놀자고 했다.

ㄷㄷㄷㄷ

한가지 생각치 못했던 것이 있으니...

흰둥이는 너무 신나거나 흥분하면 월우루루루하며 이빨을 보이며 컹컹하는 느낌으로 소리를 내는 것!

롤로가 처음에는 당황해서 '무슨 뜻이야 그거?'하며 조심스럽게 놀려고 하다가

나중에는 '어이~ 진정하라고~'

라고 했다가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에는 '너 그거 지금 결투신청 하는거냐?'라며 싫어하는듯한 느낌인듯 아닌듯

노는 것과 싸울 것 처럼 으르렁대는 것의 경계에 서있었다.

(진돗개류는 놀 때, 입으로 노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보면 싸운다고 착각할 때가 있다.)

흰둥이 반려인분께서 "조용히 햇!'라고 단호하게 말하니 입 싹 닫는 흰둥이 ㅋㅋ

흰둥이가 조용해지니 롤로도 살짝 마음을 여는 듯했다.

자기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강아지를 무서워하던 롤로가 마음을 연 것!

그러다 절친됨.. ㅠㅠ

그 둘은 한참동안이나 입벌리고 으갸갸갸 으갸갸갸 놀았다.

흰둥이가 롤로가 많이 마음에 들었는지 평소에는 안한다는 입벌리며 표효하기와 뒹굴 누워주기를 시전했다.

롤로도 '마음껏 냄새 맡으라고,,,ㅎ'라며 뒹굴 누워서 헤헤댔다. (롤로가 이걸 하기 싫어서 여태 덩치 큰 강아지가 다가오면 싫어했던 것 같다.)

흰둥이도 롤로가 마음에 들었는지 핥아주기도 했다ㅋㅋㅋㅋ

흰둥이 반려인분도 이런 친구 찾기 참 힘들다며 또 언제오냐고 물어보셨지만

우리는 잠시 놀러온 상황이라 너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헤어질 때도 놀이터에서 빠이~하는게 아니라 같이 나와서 집가는 방향으로 같이 걸었는데

뭔가 다른 강아지랑 같이 산책하는 느낌이어서 새롭고 좋았다.

정말 친구를 만든 느낌!

흰둥이 덕분에 롤로가 큰 강아지에 대한 좋은 기억을 만들고,

또 뒹굴~하는법도 배운 것 같아 너무 뿌듯하고 고맙다.

흰둥이는 딱 3살쯤으로, 롤로보다 한 살 많았다. 몸무게는 20키로로, 17.5키로 정도 나가는 롤로보다 조금 더 무거운 정도!

집에 밭이 있어서 흰둥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에서 크고 있다고 하셨다. (넘나 부럽)

흰둥이가 행복한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롤로한테도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았다.

나중에 마주치면 또 놀아요 흰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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