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로는 덩치가 큰 사람을 무서워한다.
롤로는 무서우면 짖는다.
더 다가오면 물 것 같은 으르렁 소리를 낸다.
어느 날 평화로운 집에 덩치 큰 사람이 찾아왔다.
일주일 전, 개발자랑 합숙하며 새 프로젝트를 했을 때의 이야기다.
사실 롤로는 개발자를 본 적이 있었다.
너무 어렸을 때, 딱 한 번 봤기 때문에 기억을 못 할 뿐이었다.
개발자는 롤로에게 냄새를 맡으라며 손을 뻗었지만, 롤로는 안전거리 안에 손이 들어와서 더 경계의 태세를 갖췄다.
개발자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롤로도 으르렁을 멈췄다.
잠시 있다가 먹을 것을 주자 롤로는 다리를 뒤로 쭉 뺀 채 최대한으로 경계를 하며 간식을 먹었다.
그 날 저녁, 개발자와 롤로는 나름 친해졌다.
롤로는 개발자가 등을 쓰다듬는 것을 허락했다.
다음날 아침, 롤로가 깜짝 놀랬다.
낯선 덩치를 보자 또 으르렁거렸다. 어제 친해진 것은 다 까먹은 듯했다.
낮이 되고 저녁이 되자 둘은 친해졌다.
롤로가 적정 거리를 두고 배를 보이며 뒹굴(?)거리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세 번째 날 아침에도 롤로는 경계했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더 조용히 경계를 했다.
낮과 저녁에는 전날처럼 적정 거리를 유지한 채 뒹굴거렸다.
네 번째 날, 롤로는 개발자와 단 둘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출장이라며 집을 비웠기 때문이다.
롤로는 개발자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사실 새로 이사 온 집은 이전에 살던 곳보다 4배나 컸고, 아직 이 크기에 적응이 되지 않아 꽤 무서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텅 빈듯한 공간에서 자기를 지켜줄 사람은 개발자밖에 없었다. 그래서 개발자에게 으르렁거리지 않았다.
대신 개발자의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잤다.
다섯 번째 날 아침에는 롤로가 으르렁거리는 것을 멈췄다.
대신 개발자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 근처에서 휴식을 취했다.
아쉽게도 개발자는 다섯 번째 날에 떠났다. 단기 프로젝트가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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